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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겨울, “우리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미얀마 시민의 인터뷰내용 중에서-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지도위원

도심에 장갑차가 들어오고 군인과 경찰은 총과 유탄발사기까지 동원하여 시민들을 향해 정조준으로 사살하는 끔찍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 지원협회에 따르면 21일 첫 시위부터 지금까지 시민 557명이 사망하고 이중 42명은 어린이라고 한다. 군부에 비판적인 언론사 5곳을 폐쇄하고, 인터넷을 차단하며 CNN과 인터뷰한 시민조차 억류하는 등 극단으로 치닫는 미얀마는 지금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미얀마 시민학생들의 간절한 바밤은 아직 의미있는 움직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와의 국가간 관계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면서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는 내정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으로 견해차가 분명히 갈리자 유엔의 대응도 지지부진하다.

 

미얀마 10대 교역국에 들어가는 우리 정부에서도 미얀마 군부와의 무역관계를 중지시키고 우리나라 시민사회에서 지지하는 성명과 연대의 움직임이 커져가고는 있지만 미얀마 시민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듯하다.

 

지금 미얀마 정치 상황의 법적 근거인 2008년 헌법을 보면 상황을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수민족 차별정책으로 로힝야족과 중국계, 인도계, 네팔계 소수민족에는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군통수권은 대통령이 아닌 군총사령관에게 있다. 비상사태 시 대통령은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권한을 군 수뇌부에 넘겨야 한다. 또한 미얀마 전체의석의 25%를 선거도 없이 군부에 사전 할당함으로써 군부는 권력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 헌법개정에 필요한 의석 4분의 3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니, 헌법개정을 하려면 군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미얀마 내부에서 나왔다.

민주진영의 임시 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가 국민통합정부 출범에 맞춰 연방 민주주의 헌장을 선포했다. 국민 통합정부에는 작년 총선서 당선된 의원들, 정당, 시민 불복종 운동, 총파업위원회 등 쿠데타저항세력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까지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특히 차별과 배제로 갈등을 야기했던 소수민족의 권익보장과 관습, 언어를 보존하고 그들의 최고 지도자를 정부 각료 이상으로 지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소수민족을 포용하여 군부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카친독립군이나 카렌 민족연합 등은 군부와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고 다른 세력들도 군부의 시위대학살이 계속되면 민주진영에 협력할 것이라고 한다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보인다.

 

광주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미얀마 시민의 민주화 투쟁이 남 일 같지 않다. 군부의 무자비한 학살과 진압에 무참히 쓰러져간 숱한 목숨과 희생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군부에 의해 저질러지는 무참한 학살과 탄압은 중단되어야 한다.

 

미얀마는 아시아 서남부의 다민족국가로 미얀마족이 70%고 다른 소수민족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연방공화국이다. 버마족이 거주하는 7개 주와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7개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호는 19896월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꾸었고, 면적은 대한민국의 6, 한반도의 3배이고 인구는 5,700만이다.

 

인도로부터 농업과 불교 등 영향을 받았으며, 19세기 영국의 침략으로 1885년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47년 독립하고 48년부터 우누 정권이 집권하다 62년 네윈 장군의 쿠데타로 장기집권이 계속되었다, 198888일 네윈의 사임을 요구하는 학생 중심 반정부시위로 4천 명이 목숨을 잃은 8888항쟁이 있었다. 이때 아웅산 수지가 귀국하여 민주주의 민족연맹을 창당하고 89년 총선에서 압승하였으나 소몽 장군의 친위 쿠데타로 헌법은 폐기되고 군부 집권이 계속되었다.

 

2007년 승려 중심의 민주화 시위인 샤프란 혁명이 있었고 2008년 헌법제정을 기반으로 2009년 총선은 불참하고 2015년 총선에 참여한 민주주의 민족연맹이 상하원 과반을 차지해 정권이 교체되었다. 하지만 군부와 권력을 분점하는 것으로 진정한 문민정부라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고 급기야 쿠데타로 정부가 무너진 것이다.

 

50년 권력을 잡고 있던 군부는 경제 권력도 손에 쥐었다. 1990년 미얀마 경제홀딩스와 미얀마경제협력이라는 일종의 군부 재벌기업을 만들고 이들 기업에 이권을 몰아주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의 소유주는 모두 전 현직 군인 38만 명과 기관 주주 일부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군인들이 받아간 배당금은 우리 돈 225천억에 이른다고 하니 그야말로 군부 집권의 버팀목이라 할 만하다.

 

50년 넘는 집권과 전횡으로 공고한 성을 쌓은 군부이지만 미얀마 시민의 계속되는 저항으로 참혹한 겨울도 그 끝을 보일 것이다.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벌이는 수천명의 시민들 [사진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