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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상업화!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비극적 사회로 가는 지름길


 의료의 상업화!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비극적 사회로 가는 지름길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을 벌어야 생존이 가능한 현대사회에서 그 말이 주는 다양한 함의는 무겁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이 경제적 동물인 것은 사실이나 ‘경제적 동물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와 건강 영역에서도 오로지 돈만 벌겠다는 시도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른바 ‘의료의 민영화’라는 이름의 의료의 상업화 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의료의 상업화는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 민간의료보험의 확대가 중요한 축을 차지합니다. 촛불시위 이후 주춤한 듯 했던 의료에서 영리법인의 도입이 다시 추진되고 있습니다.

바로 제주도에서입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란 명목으로 우선 제주도에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 영리법인 허용 시도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반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영리법인을 도입하여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관광산업과 연계한 해외 환자유치를 통해 ...’ 이러한 도입 찬성 논리 말미에 현재 ‘의사도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뉘앙스의 말을 넌지시 유포합니다.

그렇다면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현재 현행법상으로는 의료기관은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만이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단 한 개소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이 아무리 영리를 목적으로 한들 그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는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 할 수 있으므로 영리의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해서 얻은 수익은 그 사업의 목적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의료사업과 관계가 없는 용도로서 투자나 사용은 제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을 영리법인이 개설할 수 있게 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이른바 의료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좀 심하게 말한다면 부동산 투기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어 증권시장에 상장할 수도 있고 마치 상점 거래하듯 웃돈을 얹어 사고 팔수도 있습니다. 주식회사의 목적은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입니다. 주식회사의 이익이란 병원경영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이는 결국 환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비영리법리법인과는 달리 영리법인에서는 병원 수익을 반드시 병원에 재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병원에 대한 재투자보다는 주주이익이 우선시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영리법인 즉 주식회사의 이익이 극대화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추가되는 것이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여 여행업, 관광 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관광편의시설업, 사회복지시설업, 병원체인사업 등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병원지하에 온천장이 생기고 온갖 피부미용 제품들을 팔면서 진료를 하는 것이 바로 의료기관의 경쟁력 제고, 의료의 질 향상으로 포장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놓고도 성이 안찹니다. 환자 유인 알선 행위에 대한 법적 개정도 함께 시도합니다. ‘그 누구도 특정 의료기관으로 유인하거나 알선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현행 법조문을 ‘보험회사가 계약을 맺은 병원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알선하는 행위’는 예외가 되도록 바꾸어 놓으려 합니다. 왜 일까요? 보험회사가 기쁨에 겨워 환호성을 지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보험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여야 시장이 확대될 터이고, 건강은 우리네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므로, 의료보험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민간의료보험 역시 포화상태에 도달되어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의 출시가 필요합니다. 그 해답은 바로 ‘실손형’ 보험입니다. 현재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어떤 질병에 걸리면 얼마 하는 식으로 보상의 액수가 질병별로 정해져 있는'정액형' 보험입니다. 반면에 ‘실손형' 보험은 환자가 병원에 가서 본인이 부담한 돈을 그 액수만큼 보상해 주는 상품입니다. 정액형에 비해 실손형은 국민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태로는 실손형 보험은 위험성이 큽니다. 가입은 늘릴 수 있으나 지출을 줄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진료비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진료비의 책정은 의료기관의 몫이므로 의료기관과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합니다. 가격 협상이 이루어지더라도 협상이 타결된 의료기관으로 보험가입자가 가야합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환자유인 알선 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이 조항의 개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병원과 보험회사간의 가격 계약을 허용하고, 이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그 병원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알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는 바로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우리사회의 비극을 건강과 의료 부분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저열한 시도이자 논리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돈을 버는 것’과 ‘돈만 버는 것’의 그 엄청난 차이를 이해한다면,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건강과 생명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눈을 부릅뜨고 진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돈으로 가득 찬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따뜻한 세상임을 소리 높여 외쳐야 할 것입니다.


이흥수 운영위원 (원광치대 예방치과 교수)     

* 참여와자치 54호-7월 소식지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