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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책임이라는 말에 숨어버리는 진실


책임이라는 말에 숨어버리는 진실


  요즘 국가예산확보와 기업유치를 명분으로 골프장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감사원이 골프장 회원권 이용내역의 자료를 요청하여 사정의 칼을 준비하고 있고, 그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몰라 전전긍긍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골프가 공직기강 확립의 잣대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여기저기서 골프장 부킹을 취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익산시가 감사원의 골프장 회원권 이용내역 자료요청에 불응하고 있어 새로운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로 인해 익산시가 감사원의 공직기강 확립 감사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골프장 회원권 이용내역을 제출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익산시에서는 무수한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고, 시민들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며 감사원의 감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익산시의 자료 제출 불응의 이유는 보유하고 있는 웅포 베어리버 골프장 회원권은 무기명 회원권으로 사실상 이용자 명단을 관리하고 있지 않아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유가 참으로 궁색하다. 모든 공무원들은 업무와 관련된 일을 진행하면 반드시 기록을 남기게 되어있다. 골프장 회원권 사용은 공무원이 국가예산 확보와 기업유치라는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기록에 남겼어야 한다. 그런데 기록이 없다는 것은 직무를 고의적으로 방기한 것이 된다.
 
  또한 골프장 회원권 이용내역이 없다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익산시장은 한 개의 회원권(9억1천만원)은 매각하고 나머지 회원권도 웅포 베어리버골프장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해소되면 가급적 빨리 매각할 것이며, 매각 이전에는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을 직접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기명 회원권 사용의 변동성이 큰 관계로 별도의 관리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되어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시민과 약속을 하고서, 스스로 판단하여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천금보다도 무겁게 다루고 지켜야할 시민과의 약속을 쉽게 뒤집은 것을 보면, 반드시 책임지겠다던 당시의 약속은 우선 넘어가 보자는 면피용 책임과 약속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익산시장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 자신이 짊어질 각오라고 밝혔다. 어떠한 책임을 질지 두고 볼일이지만 ‘익산시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안방으로 초대해 큰 도움을 받은 후에 나몰라라 식으로 명단을 공개해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은 도의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발언을 놓고 보면, 그 책임이 불편한 진실은 묻고 가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기업유치와 국가예산 확보라는 명분에 맞게 사용을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는데, 지난 3년간 분명 이용한 사람들이 있는데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파장이 클 것을 염려하는 모양이다.

  익산시장은 책임이라는 말에 더 이상 진실을 숨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책임이란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을 통해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겠다는 각오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익산시 행정이라는 더 큰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개인적 책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알고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지금은 땜질식 문제해결 접근으로 인해 익산시 스스로 판을 더 키운 꼴이 되었다. 또다시 좋지 않은 일로 익산시가 전국에 회자되는 것을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답은 익산시가 명단을 공개하고 투명하고 성숙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한점 의혹 없이 진실을 파헤치고 감사결과를 공개해야한다.
  많은 시민들의 눈과 귀가 감사원의 감사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유치와 국가예산 확보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대부분이 목적과는 다르게 공무원, 언론인, 지방의원 등이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로 밝혀졌다. 감사를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철저한 감사를 통해 시민들의 궁금증과 의혹을 해소해주기 바란다.
 또한 이번 감사가 모든 공직기관들의 골프장 회원권 보유 금지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황인철 (익산참여연대 시민사업국장)


* 이글은 2011년 8월 8일 소통신문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