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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이 가을, 책 한 권 어때요?



이 가을, 책 한 권 어때요?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바람에 찬 기운이 실리네요.
하늘의 푸른 기운은 맑고 깊어서 마음마저 깊은 심연에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처음에는 빨려드는 느낌이더니 이내 온 마음이 파랗게 젖어 버린 답니다.
천고마비라고 하지요.
때마침 이번 9월이 ‘독서의 달’이라고 하네요.

한가하게 무슨 책이냐고요. 사실 그러네요.
“먹고살기도 팍팍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속편한 소리 한다고...”
명절 한가위를 맞았지만 기쁨보다는 한숨소리와 고달픈 신음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97년 IMF로 나라경제가 절딴 나고, 2008년에는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지고 못 가진 사람들의 차이가 더 심해졌지요.
없는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데 다시금 위기가 오나 봅니다. “경기가 안 살아난다고”들 하네요. 이 어려움이 단기간에 풀릴 것 같지 않아서 더욱 걱정입니다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야지요.
어떤 분은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도 합니다. 그렇게 바쁘게 사는 분들이 많아서 이겠지요. 그런데 그리 바쁜 일들이 얼만큼 행복하고 즐거움을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업과 일상의 틀에 잘 짜 맞춰져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누군들 즐거울까요. 아마 절로 그럴 겁니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고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것이 삶이고 인생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그 삶을 새롭고 가치있게 하는 일의 시작이 책읽기입니다.

17세기 ‘스피노자’라는 철학자가 말했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의연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말이죠. 근데 왜 사과나무죠?
마음의 양식, 책 한권을 읽을 거라는 말이었다면 더 근사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책을 통해 만나는 세상, 그리고 ‘나’

사람이 만든 물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책입니다.
사람이 일생을 통해 하는 일중 끊임없이 계속되면서도 실증나지 않고 볼수록 새로우면서 행복을 주는 일이 무엇일까요? 책읽기-독서입니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세상과 소통하는 일입니다. 자연과 사회, 사람과 소통하는 일중에 가장 광범위하고 깊으면서도 시간을 뛰어넘는 수단으로 책읽기만한 것이 없습니다. 사람은 책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과 세상을 연결 짓고 존재와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지요.

책을 보면 대부분 지식과 정보를 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가 다는 아니지요.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보는 책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소중하지요. 하지만 삶을 위한 독서도 있습니다. 존재와 삶 자체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도 같은 책읽기는 그 자체로 목적이요 의미가 됩니다.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과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읽기야 말로 독서의 진정한 의미요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좋은 감정과 정서들이 꿈틀거립니다. 마음은 편해지고 생각은 깊어지죠. 어느덧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대면할 용기가 생깁니다.  이쯤 되면 자신이 어떻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과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내면의 성장, 고요하고 편안한 순간, 용기와 희망이 생기고 활력이 솟는 시간들입니다.

이 가을, 마음을 뒤 흔드는 책 한권 어때요?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동행’을 기다립니다.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우리들치과 원장)


* 참여와자치 55호-9월 소식지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