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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진 도지사 아저씨께

송하진 도지사 아저씨께
- 고향 후배의 공공연한 청탁 편지



안녕하세요, 아저씨?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아, 이제 아저씨가 아니라 도지사님으로 불러야 맞는 건가요. 도대체 누군데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부르는지 아저씨는 무척 궁금하겠죠^^


저는 아저씨의 고향인 김제 요교 마을에서 태어난 박형오라고 합니다. 동시에 김제 바로 옆 도시인 익산에서 커피숍과 커피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흔다섯살의 소상공인입니다. 어릴 적 아저씨가 명절을 맞이해 성공한 행정가로서 고향에 방문했을 때,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나 전북도지사에 당선 되고 나서 저희 아버지가 반가워 하고 또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이렇게 편지를 드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청탁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청탁이라는 것이 본디 개인적으로 만나 개인적인 일을 부탁해야 하는 것임에도 이렇듯 공개적으로 말씀 드리는 이유는 제가 겪고 있는 일들이 비단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지금 재벌천국, 서민지옥이 되었습니다. 아저씨도 들어 보셨겠죠. 흙수저들의 헬조선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1997년 이후 20년 이상 계속된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이 극단적인 양극화를 초래한 탓입니다.


비정규직과 파견직의 확대로 노동자의 일자리는 더 불안해졌고 FTA로 농어민의 소득은 악화일로에 있으며 학생들은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으로 재학 중 휴학과 알바로도 부족해 졸업 후 빚에 허덕이고 있으며, 급기야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출산률은 OECD 최저, 자살율은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인빈곤률과 이혼율은 그 기록을 매년 갈아 치우고 있습니다. 반면 10대 재벌기업은 금고에 516조(30대 재벌기업 기준 710조)라는 '혁명'적인 유보금을 쌓아놓고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옥이 누군가에겐 천국이라니요!

 

 
경향신문 자료<2015.11.11>



“모든 규제 물에 빠뜨려 놓고 꼭 건질 것만 건져야”


상황이 이러함에도 경제 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벌,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 1호가 바로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중인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입니다. 이제 노동자에겐 언제든 잘릴 권리와 임금을 조금만 받을 자유가 더 많아졌습니다.


언제 잘릴 지 모르는 데다 임금까지 깎인 노동자들, FTA로 살기가 더 팍팍해진 농민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청년들, 계급과 세대를 막론하고 구매력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이는 결국 저 같은 소상공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생계형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생존형 자영업자가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돈에 미친 자본주의가 본질이고 박근혜 정권이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전북 지역경제에 드리우는 먹구름, 대형 쇼핑몰


엎친 데 덮친다고 지난해부터 익산과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군산 동부지역 옛 페이퍼코리아 부지에 롯데 아울렛이 입점을 추진중이고, 며칠 전에는 익산 왕궁에도 대형 쇼핑몰이 입점 준비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군산에 대형 쇼핑몰을 추진 중인 페이퍼 코리아 측에서 용역을 통해 작성한 ‘대형 쇼핑몰 입점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에서조차 인근 상권의 매출 하락이 50%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아울렛 문제 역시 거대자본과 중앙권력의 문제이기만 한 것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바로 아저씨가 도지시에 당선되기 전에 전주시장으로서 추진하셨던 ‘전주 종합 경기장 롯데 쇼핑몰 유치 사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저씨의 후임으로 선출된 김승수 현 전주시장이 지난해 그곳을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의 결정은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충격이었고 동시에 역사적 전환이었습니다. 초선의 기초단체장이 재벌 대기업 대형 쇼핑몰 대신 시민을 위한 공원을 선택했다는,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바다 건너 머나 먼 샌더스나 수도권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아니라 내가 사는 전북에도 지역 발전과 시민 행복을 다른 차원과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습니다.

 

                                                      전주종합경기장 시민공원화 <전주시청>

제가 아저씨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이것입니다. 도지사는 전북 경제에 대해 책임이 막중한 ‘정치인’입니다. 김승수 시장이 행정가이기만 했다면 전임 시장이자 같은 당 선배인 아저씨가 재벌 대기업과 체결했던 그대로 대형 쇼핑몰을 입점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전주 시민들 역시 입점 찬성이 다수 의견이었으니 정치적으로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승수 전주시장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전주시민의 심장과 같은 곳을 대기업이 아닌 시민들과 후손들에게 돌려(물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의 결정은 수십 년 동안 실종되었던 전북의 정치가 복원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저씨, 아니 송하진 도지사님! 제 청탁은 바로 이것입니다.

전주가 되었든 익산이 되었든 군산이 되었든 전북이라는 경제 공동체를 파괴하는 재벌 대기업 대형 쇼핑몰의 지역 내 입점 허가를 과감하게 반려해 주십시오. 소수 재벌 대기업의 매출이 올라가면 낙수효과로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재벌 대기업과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미디어가 만들어낸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 한국의 경제 현실이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지사님의 정치적 결단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고향 마을 후배로서 또 한 사람의 도민으로서, 아저씨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추신 : 아내는 제가 고향 선배인 도지사님께 공개 청탁 편지를 쓰고 있다니까 고양이 TNR 사업을 부탁하네요.^^ 성남시 고양이 정책을 참고하시면 될 듯합니다.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행복한 전북도 꼭 만들어 주세요.


글 박형오 (협동조합 솜리커피공장 로스터)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4호 회원글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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