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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아~미륵산 [이영훈의 세상읽기]



아~미륵산


 

글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지도위원



산을 좋아하다보니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산을 찾는다. 아무래도 가까이 있는 미륵산은 거의 주말마다 가는 곳이다. 일년이면 5-60번은 가는가 보다. 그러기를 20년 넘게 하고 있으니 미륵산 곳곳이 익숙하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여러 코스가 있고 각 코스 사이사이로 이어진 길이 있다. 평야지대에 우뚝 선 미륵산은 높지 않지만 오르려고 보면 만만치가 않다. 거친 숨을 여러 번 토해내야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면 전국 어디에 있는 산이든 오를 수 있다고 장담하곤 했다. 물론 경험과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일이다.


코스도 제각각 묘미가 있다. 
가장 많이 찾는 한증막코스와 과학고 코스는 주차장이 넓고 등산로가 안정적이어서 붐빈다. 한증막코스는 계단이 없어서 흙과 바위를 밟으며 오를 수 있어 좋다. 
과학고 코스는 데크와 돌계단이 조성되어 계속 오르막이라 힘들어 한다. 
약수터코스는 짧으면서도 서쪽 평야를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이 열려있어 좋다. 
사자암코스는 진입로가 포장되어 있어 실제 산행은 짧지만 남쪽 조망이 열려있어 풍광이 좋다. 
구룡마을 대나무숲을 통해 오르는 코스는 낮은 능선자락을 올라타고 오르다보면 정상 직전에 미륵산성으로 우회하여 갈 수도 있다. 
아리랑고개에서 오르는 산성코스는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다보면 곧 산성을 만난다. 산성에서 바라보는 동쪽 조망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기도원코스로 올라서면 송신탑을 만나는데 그 아래 소나무에서 바라보는 서쪽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열려있어 장관이다. 날만 좋으면 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심곡사코스도 짧게 타고 송신탑을 경유한다. 이들 코스는 중간중간 서로 연결되고 이어지며 산자락 곳곳을 누빈다. 길게 타고 싶으면 오르락내리락 하며 코스와 코스를 넘나들며 탈 수도 있다.
용화산과 미륵산을 이어 종주하는 산행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예전에는 많은 이들이 산을 찾았다. 취미활동으로 가장 많은 동호회 인구를 자랑했던 산악회가 세월이 가면서 수가 줄더니 힘이 덜 드는 트레킹인구가 폭증했다. 산을 오르기보단 산세를 느끼며 산과 들과 내를 거쳐 지나는 발걸음이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륵산을 찾는 이들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친구끼리 연인과 함께 아니면 혼자이거나 단체로 오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물론 평일에는 연배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휴일이면 젊은이는 물론 외국인근로자나 군인들, 산악자전거나 산악마라톤 등 좀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때론 경상도나 수도권 등 타 지방에서 단체로 등산을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전히 미륵산은 많은 이들이 찾고 붐비는 곳이다.


미륵산둘레길이 조성되면서 찾는 이들이 훨씬 많아진 미륵산이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무엇보다 관리가 안되고 있는 점이다.
주차장부터 입구의 안내와 지도, 각 등산로에서의 중간 표지판과 자세한 설명, 등산객이 어디쯤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친절한 표지판을 기대하지만 낡고 어두컴컴한 표지판 몇 개 눈에 띌 뿐이다. 갈색바탕에 녹색글씨가 눈에 띄겠는가? 


요즘 군 단위 산만 가도 곳곳에 산뜻한 그래픽디자인의 산행지도와 안내표지가 있어 등산객들의 편의를 도와준다. 하지만 미륵산은 근래 교체한 표지판도 예전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성의가 없다. 한마디로 친절하지 않다. 데크길이나 고무판 포장도 문제지만 산에 있는 나무상태가 너무 안타까울 정도다. 다 죽어가는 느낌이다. 간벌도 하고 때마다 관리를 좀 해줘야지 않을까 싶은데 방치된 상태다.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가?


미륵산은 익산의 존재이유다. 
미륵산이 있어 마한과 백제의 유래가 있다. 미륵사지도 그냥 평야였다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백두산을 출발하여 백두대간을 거쳐 금남호남정맥을 지나 금남정맥으로 독립하고 대둔산, 계룡산 방향으로 달리는 과정에서 한 줄기가 서해로 뻗어나가 멈춘 곳이 미륵산이라 하여 영산이라 하였다. 해서 미륵산에 미륵사지가 터를 잡은 것이고 사자암, 심곡사, 석불사, 태봉사는 물론 지금은 없어진 죽사, 수백암, 영혈사, 명적암 등 수많은 암자와 절터가 있어 산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기준성이라 불리는 미륵산성도 그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백제 도요지가 여러 곳 흔적을 남기고 있어 백제토기가 여기서 구워졌음을 알 수 있다. (익산향토사Ⅱ참고)


산과 물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었음을 상기하면 익산은 미륵산을 두고, 위로 금강과 아래로 만경강을 끼고 있어 평야지대이면서도 중심 도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래들어 미륵사지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주변으로 많은 시설과 투자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미륵사지의 배후에 접한 미륵산은 홀대받고 있는 처지다. 


글 정리를 위해 익산시청과 전라북도청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문화관광 관련하여 어떤 곳들이 소개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미륵산이 나와 있지를 않는다. 고작 미륵산둘레길만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 미륵산을 검색했더니 아예 찾을 수가 없다고 나온다. 홈페이지내에 아예 어떤 소개도 되어있지 않을 뿐 아니라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래도 되는 건가.


홀대받는 수준이 아니라 잊혀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 지워지고 있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찾는 명소?이지 않은가. 용화산과 미륵산 함라산은 익산을 대표하는 산이다. 함라산은 국가 치유의숲으로 조성된다니 다행스럽다. 하지만 용화산과 이어진 미륵산은 왜 방치하는가. 
<예전에는 미륵산을 포함하여 용화산으로 불렸으며, 미륵사지가 들어서며 미륵산으로 불리운 듯하다. 두 산 사이를 이어준 아리랑고개에 도로가 들어서며 갈라진 느낌이다.>  


용화산만 해도 그렇다. 아래도 서동공원이 있어 투자와 행사유치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다행히 용화산도 완만한 산세로 많은 산객들이 찾지만 중간에 이정표나 쉴만한 의자조차 제대로 갖추지를 않는다. 오히려 입구쪽 능선아래 긴 산비탈을 깍아 거대한 묘지가 조성되는 바람에 조망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익산시민으로서, 산을 좋아하고 미륵산을 잘 지켜가고 싶은 산객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다. 미륵산과 용화산이 울분을 토해야 하는데...말없는 산천이라고, 해도해도 너무 한다. 예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관심이 없다. 관리당국의 무관심속에 산들이 죽어가고 있다. 산과 물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길 기대해본다. 

이 글이 산객들은 물론 미륵산과 용화산의 속내를 대신 전하는 것이었기를 바라면서 이번 주말도 또 그렇게 미륵산을 찾을 것이다. 미륵산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