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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삶

 

 

 

중년의 삶

 

 

워따! 어느절에 들판의 나락들도 발모가지가 싹뚝 잘려버리고 여름 내내 대갈통 버껴지는 더위와 비바람을 견뎌내고 꽉꽉 여문 결실을 주인에게 돌려준 허망함인지 밑둥에서 시퍼런 움이 또 돋았네요. 날짜 지난 달력 한장을 넘기면서 정신차려봉게 올해도 해가 서산에 걸쳐있네요.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나는 요즘 또랑광대란 말을 듣고 살아가고 있다.
어릴적 지질이도 문화의 혜택이 없던 촌구석 농부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리도 지금 생각혀보면 고등학교까지는 무난히 졸업할 수 있었던 행운아~~~

 

내가 이웃 친구들처럼 중학교나 졸업하고 서울공장으로 돈 벌러 떠나야할 형편이었더라면 지금의 나와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등허리 휘어지는 부모님의 고마움도 모른채 동창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 부러워했고 자격지심에 가득차 살아가고 있었으며 결혼하여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에도 막연히 대학이라는 꿈은 항상 가슴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셋째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대학에 진학하는 꿈을 이루었다. 물론 수능에 관문을 거쳐야하는 대학은 감히 엄두도 못내고, 고등학교 동등의 졸업장만 있으면 진학할 수 있는 원광디지털대학 전통공연예술학과에 진학을 했다. 이 나이에 졸업장은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난 그간에 갈망하며 목말라했던 길이니까 무언가 즐기는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다.

 

입학하기 전부터 워크샵 실기수업 간보기생으로 신청을 하여 수업을 받고 뒷풀이 시간에는 과감히 앞에 나가 푼수를 떨었다. 난 남들 웃기는 것이 좋다. 좀 푼수로 보이면 어떠랴 내실이 푼수만 아니면 되지~~~남 앞에서 나를 낮출 수 있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단 항상 푼수가 되어서는 안된다.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신념이기도 하다. 그래서 함부로 무대외엔 떠들어 대지 않는다.

 

우연한 기회에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고 어쩌면 그 계기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난 요즘 사투리도 그 지방의 사라져가는 문화라고 감히 말하고 다닌다. 사투리를 들을 때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정겨움이 느껴지고 걸쭉하고 움팡진 전라도 사투리는 소리와 만나면 더욱 감칠맛으로 풍성한 반죽이된다. 그래서 소리공부를 뒤늦게 시작을 하였고 배우다보니 소리길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깨우치고 품바타령을 배워 봉사공연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또 연극에 길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올해엔 마당극으로 6개월 동안 상설공연을 하기도 했다.

 

함라 삼부잣집 주인양반들이 이웃간에 베풀며 살았던 얘기를 잔치집 마당으로 극화한 마당쇠 역할이었다. 거기서 난 관객들한테 너무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간에 내가 맡은 배역은 뺑덕어멈, 무당, 엿장수, 마당쇠등 꼭 하는 배역마다 남다르다. 그러나 난 평범한 것보다 캐릭터가 분명한 감초 같은 역할에 내 스스로 만족한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각설이뎐이라는 색다른 품바 연희극을 익산의 배우들과 첫회로 선보이기도 했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 치고 기획과 연출을 잘 꾸며 그런대로 만족한다.

 

난 “도전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는 글귀를 많이 좋아하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시간을 쪼갠다. 일년을 허닥하여 야금야금 먹다보면 금새 다음 일년을 또 들여놔야한다. 거울 앞에서 주름진 얼굴을 한탄하기보다는 먼훗날 하얀 백발이 되었을때 그래도 내가 걸어온 발자국 흔적은 남겨야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점심을 거르기도 한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더 많은것에 도전하고 싶은데 어찌 메기가 입 크다고 물고기를 다 잡아먹을 수가 있겠는가? 내 소화량이 부족해서 그 많은 문화를 다 접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배우는 것에 나태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 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부모님께서 물려준 건강에 감사하며 더도 덜도 아닌 이대로의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빌면서 영원한 희극인으로 살고픈 각오와 내일 또 할 일이 있다는게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오점순 (익산참여연대 회원)

 
* 참여와자치 65호 회원글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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