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조경수생산 농사꾼의 영농일기 중
2014년 2월12일 수요일 완주소양철쭉영농조합 정기총회. 150여명의 꽃과 나무를 키우는 농가어르신의 눈빛은 축복스러우면서도 엄중하기만하다.
‘ 막둥이 같은 유국장, 힘내거라. 어이 유총무 농가어르신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게나!. 경석형 조경업의 새로운 길을 밝혀보세요. 너 어영구영 하다간 낫들고 쫓아간다!’ 별별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2013년 매출 ○억 순이익 몇천…. 손실 …… 4년간 소리없이 풀만 뽑고 물만 주던 초보 조경수 농사꾼은 2013년은 작지만 강렬하게 꿈틀거린거 같다. 2009년 도시와 직장생활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귀농, 귀촌한 나에게 고향의 모든 산과 들, 사람들은 말없이, 한없이 살며시 감싸주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풀을 뽑고 있던 나에게 윗집 형님(스승님)은 한 말씀만 해주시고 간다.“경석아 시골에선 1년에 한 가지만 제대로 배우면 성공한거다.” 열혈총각인 난 반신반의했다 “에잇 아무렴 한가지라니….”
바로 풀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하루 종일, 한달에 열흘, 1년에 4개월. 토끼풀, 억새풀, 갈대풀, 쑥풀…알지도 보지도 못한 풀들을 쥐어뜯고, 뽑고 또 뽑고 예초기로 깎고 너무 미운 나머지 고독성 농약의 힘도 빌려보았지만, 다시 살아나는 풀들 단 한번 풀 제거를 안했더니만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꽃나무는 간데없고 온 통 풀만 보였다. 어깨가 축 쳐진 채로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풀들 속에서 여린 꽃과 나무들이 나를 보고 말을 하는것 같았다. “살려달라고, 힘내라고, 괜찮다고…”
풀들에 대한 미움과 고됨 대신 어린 꽃나무들에 대한 애정과 아낌으로 바뀌는 찰나였다. 열혈 총각에게 수백, 수십만의 아들, 딸들이 생겨난 순간이었다. 고역의 노동이 새생명을 불어넣는 자연의 축복을 머금는 기분 좋은 일로 바뀐것이다.
스승님의 말씀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 했다. 사소하든, 큰일이든 모든 것에 온전히 정성과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자기 몸으로 체득할 수 없다는 것을. 비단 농사일만 그렇지 않을것이다. 세상의 일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풀뽑기, 물주기, 거름주기, 좋은 흙 선별하기 정도는 이제 조금은 자신있다. 정말 기본적인 시골일, 농사일이자, 좋은 자연생물들을 탄생시키기 위한 토대이지 않은가? 새벽 공기를 마시며 다시금 나를 돌아보며 다짐해본다. 기본에 더욱 충실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 되겠노라고. 정의롭고 모두가 자유로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삶터를 만들어가겠노라고.
글 유경석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완주군 소양에서 꽃을 키우는 남자)
* 참여와 자치 66호 회원글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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