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란 무엇인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익산에 살 게 될 줄은. 태어난 곳도, 학교를 다닌 곳도, 일을 하던 곳도 아니었으니까. 운명처럼 이끌려 2013년 가을, 카페 <솜리커피>를 열고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어느덧 익산 사람 다 된 셈이다. 그 사이 아버지가 먼 여행을 떠나셨고, 원두커피공장과 바리스타학원을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는 협동조합솜리커피공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곳에서 인생 자산을 또 하나 얻었으니 그것은 바로 익산참여연대다.
도깨비방망이, 참여연대
익산참여연대는 내게 창이고 문이며 도깨비방망이다. 지금은 시의원이 된 장경호 전 익산소상공인연합회장의 추천으로 가입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함께 하며 시간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연고도 없는 익산에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멋진 분들과 교류하고 또 익산과 시민에 도움이 되는 일을 도모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도깨비방망이도 이런 도깨비방망이가 없다. 시청과 정부 조직으로부터 지원이나 도움 없이 회원 스스로 꾸려 나가는 조직이라니 더 멋진 도깨비방망이가 아닌가. 공유각.
늬들이 쑥대머리를 알어?
익산참여연대는 내게 ‘쑥대머리’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사실도.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미움, 희망과 원망이 버무려져 어지러운 마음 말이다. 배산공원에서 열린 시민문화공연 판을 관람하면서 사랑하는 일은 가시돋힌 선인장을 맨 몸으로 껴안는 일이거나 마음의 옥방에 칼을 차고 들어앉는 일인 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국악보다는 클래식, 타악기보단 현악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새로운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20주년인 올핸 조금 더 따뜻한 날 잡아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기를. 다시 한 번, 쑥대머리~
변함없이 시민 곁에
익산참여연대는 커피 말고 수 년 만에 다시 한 번 카피를 쓰게 해주는 사랑의 채찍이었다. 느닷없이 불러내 20주년 기념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멈춰있던 우뇌를 가동, ‘곁’이라는 키워드를 도출하고 여러분의 말씀을 바탕으로 죽으나 사나 익산 시민 곁을 지켜야 할 운명이라는 생각을 8자로 줄였더니 괜찮은 슬로건이 나왔다. 여기에 함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김홍균 교수가 멋진 엠블렘을 작업해 주셔서 합이 좋았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러한 ‘사랑의 매’가 또 어디 있을까. 열정 페이인가?
청년으로 살게 하는 항산화 단체
바야흐로 백세시대. 문제는 어떻게 백년을 살 것인가로 귀결된다. 골골백년인가, 청춘백년인가? 다행히 익산참여연대는, 단체를 처음 만든 분들은 백발이 성성하게 되었지만,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뿐이다. 스무 살이라니 말만 들어도 심장이 뜀박질한다.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이 풍부한 한 잔의 커피보다도 익산참여연대가 나를, 우리를 새로 젊게 하는 게 아닌가. 앞으로 이십년이 지나도 마흔살. 만 나이로 서른아홉. 한국 기준 청년이다. 익산참여연대와 함께라면 이제 젊을 일만 남았다. 안 그런가, 청년? 아니 학생!
나와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나는 가끔 공장과 학원, 카페가 있는 중앙동거리를 걷다가 카메라를 꺼내 들곤 한다. 사실은 휴대폰이다. 그러면 그곳에 페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예고편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영화 ‘변산’의 이 시 구절이 KTX가 멈추는 이 도시의 노을과도 제법 어울리는 탓이다. 변산의 그것과 심포의 그것과 익산의 그것. 나는 오래도록 이 도시를 사랑할 것이며, 그것은 익산참여연대와 더불어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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