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먹는 그림
익산참여연대 회원 전민주
50살에 그림을 시작하면서, 막연하게 개인전을 하고 싶었어요. 작년에 홈플러스 그림반 선생님이 저에게 서울 인사동 단체 전시회 참가를 권유했어요. 저는 서울 갔다 올 차비도 없고, 액자값도 없어서 거절했어요. 가난하니까 단체전 참가도 갈 수 없어요. 혼자 모든 비용을 감당하는 개인전은 더욱더 부담이 커요. 전시회하려면 갤러리 대여료, 액자값, 팜플렛 등 몇 백만원이 필요해요.
전시회를 망설인 가장 큰 원인은 실력이에요. 그림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돼서 아직 미천해요. 그림 그릴 때, 순서도 잊어버리고 우왕좌왕해요. 하지만, 용기를 내려구요. 올해 계획은 겁도 없이 8월에 개인전하려구요. 10년이나 20년 후 지금 제 그림을 보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 제모습을 서툰대로, 어설픈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려구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시회 준비를 구체적으로 알아봤어요. 가난한 화가들을 위한 무료 갤러리들이 많아요. 돈이 없어도 전시회를 할 수 있어요.
제가 올해 개인전에 낼 그림은 전북지역 풍경화에요. 작년 가을 우연히 어반스케치(동네 풍경 그리기) 전시회를 갔어요. 우리가 사는 평범한 동네를 따뜻하게 그린 그림들을 보고 반했어요. 저도 어반스케치에 가입했어요. 어반스케치는 1주일마다 사진을 올려 투표해서 결정된 사진을 그려요. 회원들은 같은 사진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요. 한 달에 한번 오프라인 모임에는 같이 모여 풍경을 그려요. 다른 회원들 그림을 구경하면 좋은 자극이 돼요. 다른 분들의 훌륭한 그림 보고 제 그림이 허접하다고 좌절감을 느낄 때도 많아요. 홈플러스 그림반은 각자 그리니까 동질감이 없어요. 어반스케치는 같은 사진보고 그리니 공유하고 소통하는 재미가 있어요.
제가 요즘 그린 풍경화를 소개할께요.
설연휴에 친구랑 간 운암호 산책길을 그렸어요. 배경을 먼저 그려야 하는데, 깜빡하고, 나무와 데크를 먼저 그렸어요. 배경을 나중에 그리느라 애먹었어요. 오른쪽 위 나뭇가지 뒤로 섬이 희미하게 보여야 하는데, 잘 표현이 안 됐어요.
전주시 대성동 명천재 카페 뒤뜰을 그렸어요. 풀 한포기, 나뭇잎 한 개 한 개 일일이 그렸어요. 풀과 나뭇잎은 손이 많이 가는데, 그리고 나면 고생한 보람이 있어요.
전주 인후동 골목길 풍경이요, 나무 아래 폐지 줍는 수레를 그렸어요. 폐지 줍는 분들에게는 폐지가 소중해서 밝고 환하게 표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