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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도의 관계




삶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36.5도의 관계



                                                                                                       대화의 희열 김정희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원초적으로, 그리고 가장 빠르게 사용하는 판단 기준이 따뜻함이라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몸이 따뜻한 순간에는 자신과 타인의 관계가 가깝다고 느끼고, 몸이 차가운 순간에는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내 마음이 외롭고 씁쓸함을 느낄 때 처음으로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 ‘대화의 희열’을 알게 되면서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명랑함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준 이 모임의 매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 10월에 나는 무척 외롭고 슬픈 날들이었다. 사람들에게 심한 상처를 받아서 더 이상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같은 직장에서 유일하게 지지해주던 선임이 내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냥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는데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대화의 희열’에 같이 가자고 했다. 익산참여연대 사무실에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낯선 사람을 반겨주는 모습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간 곳인데 처음 간 곳 같지 않았고, 처음 본 사람들인데 처음 본 사람들 같이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자신감 있게 나를 표현하며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대화의 희열은 10대 2명, 40대 3명, 50대 2명 총 7명으로 구성되어 매월 1회 모임을 통해 소소하게 우리의 즐거움을 찾아가며 서로를 존중하고 따스함을 나누는 모임이다. 회장이 따로 없지만, 서로를 응원해주며 모두가 제각각 그 자체를 인정해준다. 우리는 모임을 통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그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최근 유행하는 춤을 배우기, 공원에서 배드민턴 치기, 각자 안쓰는 물건을 가져와 플리마켓 하고, 영화를 보고,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공부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냥 만나서 소소하게 수다 떨기도 했으며, 타로로 집단상담을 하는 등 다양했다. 그냥 즐겼다. 우리의 모임을. 그래서 부담이 없었고 편했다.


2021년 5월 플리마켓



2022년 1월 타로 집단상담



 많은 모임마다 특성이 있고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임은 모두가 리더이고 모두가 모일 때마다 주인공일 수 있다. 그래서 매달 모임 활동에 대해 각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합의하여 활동이 정해지면 매번 누군가는 활동의 주체가 되어 활동을 이끌어 간다. 이 모임은 잘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이 시간이 즐거웠는가~’, ‘이 시간을 즐겼는가~‘흔히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잘 해내는 것‘,’잘 해내야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더 우월하다고 내세울 필요가 없다. 그렇게 순수한 우리의 모습대로 성장해 가는 모임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대, 30대, 60대... 좀 더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다면 세대공감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나온 대사 중에서‘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이처럼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발견하는 소중한 가치들이다. 또한, 서두에서 말한 거처럼 몸이 따뜻해졌을 때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마음이 외로우면 괜스레 춥게 느껴지고, 날씨가 추우면 왠지 모르게 외로움이 밀려오는 듯한 우리의 경험이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다. 대화의 희열은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삶이 따스하게 느껴지게 하는 36.5도의 관계이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97호 참여후기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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