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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문화재단, 시민과 함께하며 길게 호흡하라


문화재단, 시민과 함께하며 길게 호흡하라


익산문화재단의 잰걸음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해 출범 원년을 보낸 익산문화재단의 활동은 짧은 기간이지만 다방면에서 많은 자취를 남겼다.
시민의 자율적인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익산의 문화예술진흥을 설립배경으로 탄생한 재단은 5대 분야 10개 사업을 선정하였는데 그 대강은 이렇다.
첫째 문화재단운영기반 구축사업 (2010익산문화예술 DB구축사업 , 홈페이지 제작, 재단 CI개발에 따른 부대사업), 둘째 문화예술정책 연구사업 (익산문화 중·단기 비전수립, 익산어울림 문화포럼), 셋째 시민문화예술활성화 프로그램 개발사업 (익산문화대장정, 생활 속의 문화클럽활동지원), 넷째 문화예술창작지원 및 교류사업(지역문화예술 교류사업, 문화콘텐츠 상품발굴 및 개발), 다섯째 홍보사업(문화소식지발간) 등이다.


되짚어본 주요사업들

 ‘어울림문화포럼’의 경우 전문가포럼 4회와 현장포럼 1회를 진행하였다. 포럼을 통한 사업방향과 전략도출이라는 본래의 의도에 비추어 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익산의 근대문화’,‘축제활성화방안’,‘문화예술거리만들기’,‘재단의 역할과 발전방향’ 등의 전문가포럼 주제를 살펴보면 깊이와 연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하나의 주제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보다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용을 풍부히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포럼의 의도에 보다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토론의 내용이 정책과 사업에 스며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시민참여의 부족이다. 기실 ‘축제활성홤방안’만 하더라도 숱한 토론과 평가가 있었지만 해마다 같은 문제를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맹이가 없고 시민이 빠진 축제라는 ‘오명’을 받고 있지 않는가. 스토리가 없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기초로 이를 만들고자 스토리공모도 하고 동화나 연극도 준비하고 하는 노력은 높이 평가해 준다 해도 여전히 부족한 점은 시민문화예술계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정책을 만들기 위한 소통과 총의를 모의는 단계부터 시민들의 상상력과 참여를 놓치고서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없다. 당연히 축제내용에서도 시민은 주체에서 제외되고 몇몇의 전문가들과 이벤트로 장식되는 축제가 되풀이된다. 또다시 비평하고 토론하고, 왜 쳇바퀴처럼 반복하는가.


시민이 빠진 사업은 생명력이 없다

  ‘전문역량’이라는 것도 시민 속으로 들어오고서야 제 빛을 낼 수 있다. ‘문화’가 곧 시민의 생활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재단의 많은 사업들 속에서 시민참여의 몫으로 보이는 부분은 현장체험형태로 진행된 ‘대중포럼’과 ‘익산문화대장정’과 ‘문화클럽데이’ 정도다. 대중포럼이 다양한 시민사회와 생활문화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지 못한 것처럼 ‘문화클럽데이’도 조사와 준비단계에 멈춘 상태다. 청소년 문화제험프로그램인 ‘익산문화대장정’도 다양한 청소년 문화프로그램의 연구와 정책속에 나온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소외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교육지원사업도 의도는 좋지만 내용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50명을 대상으로 3개월 수업만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단지 3개월만의 체험만으로 관현악에 대한 이해와 예술적 성과를 기대한다는 말인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생각한 것이라면 이는 체계적인 준비와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3개월이 아니라 일년 내내 원하는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며 꿈을 키우고 예술적 감성을 높이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했다.
 또한 새로운 사업도 중요하지만 시민문화활동과 마찬가지로 익산 내 청소년 문화동아리들의 활동도 왕성하고 다양한데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뭐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어쩌면 재단은 소통과 안내자 역할만 충실해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재단이 앞서서 다 챙기고 제시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재단

 이제 1년을 보내는 익산문화재단의 사업분야와 내용을 보면 보통 방대한 양이 아니다. 출범 첫 해의 의욕과 기대를 감안하더라도, 그만큼 익산문화재단의 지난 1년 활동이 넓고 많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혹 놓치는 것은 없는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사업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내려고 해서도 안 되는 사업들인데 너무 빠른 것 아닌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하나의 사업이 시작될 때는 그 사업의 특성과 내용을 잘 살리는 것과 아울러 사업의 전망과 연속성도 살려야 하고, 다른 사업들과의 연관성을 높여 집중력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과 더불어 사업을 통해 재단의 정체성을 구체화시켜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의욕이 앞서고 단기적인 성과에 눈이 가게 되면 백화점식 사업을 나열하게 되고 사업간의 연계성이나 깊이는 없어지고 시민의 호응도 사라지게 된다. 사실 재단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재단이 되어야 한다.
 문화재단의 기반이요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이는 재단의 목적이요 정체성이다. 때문에 사업의 전단계인 토론과 수렴의 단계서부터 시민과 생활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견수렴과 교육, 지원과 프로그램 등이 시민에게 다각가야 할 재단의 몫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재단에 대한 기대와 성원은 크다. 조금씩 성장하는 재단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대표)

*사(마당) 문화저널(2월호_기획특집_지역문화다시보기_익산)에 실린 기고글입니다.